◆ 2023년 9월 11일: 서울대병원 뼈스캔
9월 11일 아침 9시 엊그제는 제법 찬 바람이 불던데 오늘은 늦은 아침이라 그런지 다시 후덥지근한 느낌이었다. 오늘은 서울대병원에서 뼈스캔을 하는 날. 일찍 부산을 떨었더니 KTX 예약 시간보다 거의 한 시간 가량 일찍 오송역에 도착해서 취소수수료를 물고라도 용산행으로 바꿔 탔다. 빨리 서울대병원에 도착하면 혹시나 빨리 검사해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물론 그것은 기대로 끝났다. 서울대병원은 예약시간에 철저한 곳이다. 여튼 서울역행만 탔다가 이번에는 용산행을 타게 되어 새로운 코스를 선택하게 됐다. 용산역에 내려 종로3가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다 다시 마을버스로 서울대병원 안까지 가는 코스다. 자주 갈아타니 번거롭기도 했는데 막상 마지막 마을버스가 서울대병원까지 들어가니 힘들게 여러번 갈아탄 보람이 있었다.
그러나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핵의학과로 갔는데, 데스크에 있는 간호사가 야몰차게 우리를 거절했다. 예약 10분 전에 번호표를 뽑으라고. 어찌할 수가 없어서 데스크 앞 의자에 꼬박 한 시간을 앉아 있다가 15분 전에 번호표를 뽑아서 갔다줬더니 우리가 인상을 쓰며 기다리고 있었던 게 눈치가 보였던지 5분 먼저 번호표를 뽑은 타박은 하지 않았다. 바로 옆 방으로 안내되어 조영제를 맞았는데 검사까지는 다시 4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했다.
금식이 없어서 바로 병원에서 나와 점심을 챙겨먹었다. 성대방향 골목길로 접어들었더니 100년 설렁탕집이 있어서 그곳에서 몸보신도 할 겸 동생과 함께 국물이 진한 도가니탕과 설렁탕, 왕만두를 시켜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대학로에 있는 커피빈 까페에 가서 2시간을 더 떼웠다. 10시 50분경에 조영제 주사를 맞았는데 내게 할당된 검사예약시간은 2시 55분. 까페에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검사 전에 물을 500ml이상 마셔야된다고 해서 줄기차게 물과 차를 마셨다. 그리고 거의 2시가 되어서 병원으로 향했는데, 예약시간이 한참 남아있었음에도 그냥 검사실에 가서 내 검사표를 함에 넣어놨더니 2시 15분경에 일찍 내 이름을 불렀다. 왠일? 얼떨결에 들어가서 뼈스캔 기계에 약 10분경을 누워있었더니 다 끝났단다.
뭐 크게 소리도 없고 지시도 없고 움직임도 없이 조용히 누웠다가 끝난 기분이었다. 그렇게 쉽게 뼈스캔을 마치고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KTX를 다시 탔다. 검사시간이 늦게 잡혀서 KTX 예약시간을 일부러 뒤로 변경한 게 후회가 됐다.
◆ 2023년 9월 13일: 서울대병원 유방촬영 & 초음파
지난번 세종충대병원에서 유방암 판정을 받기까지 우선 개인 병원에서 유방촬영과 초음파를 했고, 또 이어 세종충대병원에서 유방촬영고 초음파를 했는데 또 서울대병원에서 유방촬영과 초음파를 한다니까 조금 짜증이 났다.
특히 유방촬영은 너무나 아파서 내 암덩어리가 자극을 받아 더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랴. 하라고 하니 할 수밖에. 게다가 이 일정을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 30분에 한 번씩 콜센터에 전화를 하고 받아낸 일정이니 어떻게든 잘 받아야지 체념하듯 병원을 향했다.
엄청 붐빌 거라 생각했는데 도착한 초음파 검사실이 너무 한산해서 또 한번 놀랐다. 왜 그렇게 예약이 밀려있던 건지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자리가 텅텅 비어있었다. 그래서 도착하자 기다릴 새도 없이 불려 나가 유방촬영을 해야 했다. 그런데 유방촬영하는 선생님 왈, 이전 병원에서 유방촬영을 안했냐고 물어본다. 무슨 소리? 두 번이나 촬영을 해서 지금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내가 서울대병원에 제출한 영상에는 유방촬영 영상이 없단다. 어찌된 일일까. 알고보니 초진했던 개인병원 영상을 따로 제출하지 않았었다. 세종충대병원에서 찍은 유방촬영은 유방확대촬영 영상이란다. 뭔가 이상했지만 어쩌랴. 온 김에 그냥 다시 찍어달라 했다. 만약 미리 초진한 유방촬영 영상기록이 있었다면 다시 찍지 않아도 됐을 텐데 아쉬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번엔 엄청 긴장해서 그랬는지 그동안 유방촬영한 중에 가장 덜 아팠다. 유방촬영할 때마다 거의 실신지경에 이르는데, 오늘따라 그닥 아프지가 않아 촬영해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평생 유방촬영한 중에 가장 덜 아팠다고.^^
다음은 초음파 검사. 그동안 얘가 얼마나 더 커졌을까 긴장이 됐다. 이전에 초음파 검사보다 양쪽 겨드랑이 모두를 깊숙한 곳까지 검사하는 게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짤깍짤깍 찍어댈 때마다 걱정이 됐다. 왼쪽 유방을 검사할 때는 슬쩍 모니터를 쳐다봤는데 예전에 봤던 그 녀석이 아니다. 처음 초음파에서는 분명 동그란 예쁜 모양이 있었는데 이번에 본 녀석은 모양이 인터넷에서 본 암덩어리 모양의 지그재그의 검은 덩어리 모양으로 변해있었다. 조직검사로 여기저기 뜯어내서 그런 건지 정말 기분나쁜 모양이었다.
왠지 심상치가 않아 검사가 다 끝났다고 하자 용기를 내 선생님께 물었다. 크기가 얼마 정도 되냐고. 이전에 검사할 때는 잘 얘기를 안 해줬는데 이번에는 의사선생님이 답변을 주셨다. 몇 cm로 알고 있냐고 묻길래 저는 2cm로 알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이미 세종충대병원 초음파 검사에서 올 때 2.4cm로 왔다면서 현재 육안으로는 2.3cm로 보인다고 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보다 겨드랑이에 의심스러운 세포들이 여러개 있어서 그건 조직 검사를 해봐야 안다고 하셨다.
분명 동네병원 초진 때까지만 해도 2cm였는데 그동안 조금 더 커졌다는 게 걱정스러웠고, 설상가상 CT로만 쪼그맣게 보였던 전이의심 세포들이 초음파상에서까지 보인다고 하니 절망스러운 기분이었다.
여튼 이제 서울대병원 유방외과 교수님이 하라는 모든 검사를 여러번 세종-서울을 오가며 악착같이 받았으니 검사결과만 들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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