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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음성유방암 투병일기

[삼중음성유방암 투병일기4] 삼중음성유방암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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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9월 4일: 세종충대병원 조직검사 결과 삼중음성유방암 판정, CT, 채혈·골밀도·심전도검사

설상가상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표현이다.

 

유방암 선고를 받은 것도 벅찬 일인데 용어도 생소한 삼중음성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지난 주 일단 유방암 판정을 받았고 오늘 조직검사 결과를 들은 후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가 그대로 10일 있다가 삼성서울병원으로 가는 일정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변수가 나타났다.

 

사실 지난 1주일 동안 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자 여러 책들을 읽게됐고,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게 '자연치유'였다. 암 선고받은지 1주일 밖에 안 지났지만 소위 암 유발물질이라는 적색고기류와 튀김 과자들을 일체 끊었더니 몸이 정말 가벼워지고 좋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지내면 자연적으로 암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한결 가벼웠다. 물론 딱딱한 암덩어리는 계속 커지는 느낌이긴 했지만서도.

 

여튼 당시로서는 느긋하게 자연치유를 생각할 정도로 조급하지 않았었다.

 

세종충대병원 의사선생님이 삼중음성유방암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어디선가 슬쩍 들어본 적이 있는 용어이기도 했다. 뭔가 매우 안좋은 뉘앙스의 유방암이었던 것 같았다. 가장 공격적이고 예후가 나빠 생존률도 매우 낮다는 그 나쁜 암.

 

내 혹의 조직결과를 그대로 옮겨오면,

- Estrogen Receptor alpha : Negative

- Progesterone Receptor : Negative

- Her-2 : Negative (-/3)

- Ki-67: Positive in 80%

- P53 : Negative 

 

내가 지금껏 이해한 걸로 보면, 에스트로겐 수용체 알파 없음,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없음, 허투 유전자 없음. 그래서 나의 혹은 세 개가 없다 해서 삼중음성암이다. 유방암 환자 중 대략 15-20% 정도의 환자군을 갖고 있는 소수암이고 비교적 젊은 층이 많이 걸리는 암이란다.

그나마 호르몬성 유방암의 경우에는 연구가 많이 진행돼 호르몬 조절을 이용한 표적치료제가 나와있는데 삼중음성유방암은 아직 미지의 세계라 마땅한 표적치료제가 나와 있지 못하다. 때문에 쓸 수 있는 방법은 기존의 일반적인 1세대 항암요법 세포독성항암제가 다다. 그런데 최근 3세대 면역항암제가 나와 이를 병용했을 때 효과가 크다는 임상실험을 얻게 됐고 이것이 표준치료 메뉴얼로 정착하고 있다고 했다. 급여화가 되지 않아 치료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인터넷 세상에서는 마치 유방암 중에서도 죽음의 암처럼 불리고 있었다. 

 

 

이게 내가 걸린 암이란다

 

아득했다. 침착하게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계신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얘기는 조직결과상으로 내 유방암이 오래되지 않은 암이라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암 세포증식속도 표지자인 나의  Ki-67 지수를 보고 말씀하신 듯하다. 80%는 정말 빠르게 증식하고 있는 암이었던 것이다.

 

완전히 코너에 몰린 기분이었다. 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뭐든 해봐야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의사선생님이 진행속도가 빠른 암이라 전이여부를 조속히 확인해보는게 좋겠다고 하셨는데 내 처지가 난처한 상황이었다. 

 

내가 이번 조직검사 결과를 듣고 전원하기로 했던 삼성서울병원은 9월 13일 패스트트랙으로 예약되어있었다. 즉,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를 보려면 모든 검사를 무조건 삼성서울병원에서 다 해야한다는 단서조항이 걸려있었다. 이런. 어떻게 10일을 기다려!!!

 

그때 내 머리 속에 아직 취소하지 않은 서울대병원 예약 일정이 떠올랐다. 서울대병원은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하더라도 그 결과지를 가지고 가면 된다. 일정은 9월 18일. 의사선생님께 상황을 설명드리고 그 때까지 할 수 있는 검사를 모두 해주십사 부탁드렸다.

 

그 때만해도 선항암이니 뭐니 따질 것도 없이 그냥 내 암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일단 서울로 빨리 뛰어갈 생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한달이 지난 지금 다시 세종충대병원으로 돌아와 선항암 치료를 받고 있을 나를 그때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렇게 의사선생님은 내 요청을 모두 들어주셨고, 전이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검사 일정을 잡고 검사를 시작했다. 우선 당일 가슴 CT부터. CT검사 결과는 다행히 특이할만한 다른 장기로의 전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겨드랑이에 의심스러운 세포가 있어서 이는 조직검사를 해봐야 안다고 하셨다.

 

세종충대병원도 검사 일정 잡기가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일단 이후 치료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BRACA유전자 검사는 9월 6일, 전이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MRI검사는 9월 7일, 또 더 정밀한 검사인 PET-CT 검사는 9월 11일로 빼곡히 일정을 잡아 놓았다. 일정을 잡아주신 간호사님이 최대한 일정을 뽑아보려고 애쓰시는 게 보여 죄송스럽고 정말 감사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서울대병원 예약일정이 앞당겨졌다. 간절하면 통한다고 9월 18일이었던 예약 일정이 10일 빠르게 9월 8일로 잡히자, 그동안 세종충남대병원에서 했었던 모든 검사결과를 가지고 9월 8일 서울로 튀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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