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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음성유방암 투병일기

[삼중음성유방암 투병일기1] 왼쪽 가슴에서 멍울이 만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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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4일: 왼쪽 유방에서 멍울이 만져짐

 

◆ 왼쪽 가슴에서 멍울이 만져졌다

 

아직도 그날의 당혹스러웠던 느낌이 생생하다. 평소 브래지어를 늘 착용하고 있어서 가슴을 그렇게 제대로 만져봤다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며칠 전부터 갑자기 온몸이 간지럽고 피부발진이 나타났다. 그동안 너무 많이 피부과약을 먹었던 터라 이번에는 약 없이 버텨볼 요량으로 먹는 것만 조심하면서 며칠 동안 내 몸 상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며칠 전에 과다하게 먹어댔던 튀김 과자가 의심스러웠다.

 

피부발진이 하루이틀 매우 심했다가 이제 좀 잦아들만 했을 때였다. 그 즈음엔 아예 브래지어도 벗어던지고 지내고 있었다. 특히 브래지어 끈 주변으로 간지럼이 심했기 때문에 어색했지만 집안에서 티셔츠 한장만 걸치고 지냈다. 그게 내가 왼쪽 가슴을 만지게 된 계기가 됐다.

 

방바닥에 대자로 눕고 그날도 습관처럼 몸을 긁고 있었다. 그러다가 왼쪽 가슴을 스쳤는데 '어? 튀어나왔네' 하는 순간 오른쪽 가슴을 재빠르게 만져봤다. '아...다르다' 아찔하고 아득한 마음이었다. 우리집엔 유방암 가족력도 없는데 왠 혹? 

 

간혹 샤워할 때 가슴을 만져보긴 했었지만, 그 혹은 서있을 때는 전혀 느낄 수 없는 혹이었다. 오직 대자로 누워서 왼쪽 팔을 올리고 오른쪽 팔로 만져봐야 제대로 알 수 있는, 젖꼭지 바로 중앙에서 느껴지는 동글거리는 딱딱한 덩어리였다.

 

 

유방혹이란걸 상상도 해본 적이 없어서 뭐부터 알아봐야할 지 당황스러웠다. 일단 인터넷 검색을 하고 세종에서 믿을만한 유방외과를 찾았다. 그곳으로 전화를 했더니 예약할 수 있는 날이 그 다음주나 되어야 한다고 했다. 맞다. 바로 그 때부터였다. 유방암에 맞닥뜨리고 나서부터 시작된 예약과의 전쟁. 

 

그러면서 간호사분이 유방 건강검진은 받았냐고 물어봤다. 안 받았다고 했더니 그곳에서는 공단 건강검진은 하지 않는다고 일단 가까운 병원을 찾아 먼저 건강검진을 받고 오란다. 아무래도 1차 건강검진 진료 소견이 있어야 공단 급여가 되는 뭐 그런 절차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했다. 여튼 무슨 얘긴지는 모르지만, 하라는 대로 해야지 뭐. 정말 그 때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당장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수밖에.

 

건강검진 시 유방검진만 하지 않았다TT

 

사실 나는 불과 1주일 전에 건강검진을 했었다. 그런데 유방촬영은 따로 하지 않았다. 할 때마다 블랙아웃이 될 정도로 아파서 찍고 싶지 않았다. 찍어봐야 치밀유방이라고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걸 왜 매번 찍는지 모르겠다며 유방촬영을 거부한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제길. 초음파를 꾸준히 해봤어야했는데...  

 

이번 건강검진은 몸이 1-2개월 만에 3-4kg이 불고 비정상적으로 발이 통통하게 부어오른 걸 보고 뭔가 검사를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동네병원을 찾았던 것이었다. 발과 다리를 꾸욱 눌러보면 손가락 자국이 오랫동안 남아있을 정도로 붓기가 빠지지 않았다. 얼굴도 붓고 다리도 퉁퉁 부었었다. 그래도 검진 결과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게 정상이라고 했다. 이게 벌써 2년 째 이어온 일이었다. 뭔가 몸이 이상해서 공단 건강검진에 이것저것 추가 검진까지 더해서 해봤자 늘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왜 유방에 혹이 있냐고... 지금 돌이켜보면 유방에 암덩어리가 있어도 혈액 수치로는 전혀 잡을 수가 없다. 무조건 유방검사를 따로 해야한다는 것.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제발 유방촬영과 함께 초음파를 할 것을 권한다.

 

치밀유방은 유방촬영으로 잘 잡히지 않기때문에 초음파를 반드시 같이 해야 한다. 그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면 했을 것을... 이번 건강검진에서 대장암 검사도 했는데, 유방촬영만 패스했었다. 사실 유방촬영만 했다면 나는 그냥 정상으로 나왔을 지도 모른다. 그건 다음 글에서 얘기하겠다. 

 

여튼 건강검진을 하고 오라니 급하게 그 동네병원을 찾았고, 초음파 검사는 당장 되지 않는다며 내일 오전 예약을 하고 다시 오라고 했다.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릴까 잔뜩 걱정하며 집으로 돌리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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