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딸인 내가 울 엄마의 엄마가 됐다.ㅜㅜ
다발성골수종으로 1년여를 꼬박 누워계신 엄마를 돌보다보니 40대 중반이 넘도록 요린이로 지낸 내가 어느새 요리사가 되어가고 있다. 매일 오늘은 뭘 해드릴까 고민하면서 유튜브를 찾는게 내 일상이 된지 오래다. 그간 내가 엄마를 위해 해드리는 집밥을 매일 기록해두는게 어떨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부족하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글을 열게됐다.
2022년 2월 21일 엄마를 위한 환자 식단:
잡곡밥, 만두전골, 콩나물무침, 무나물, 고추장멸치볶음, 양파버섯볶음, 얼갈이겉절이, 메추리알장조림, 샐러드, 단무지
오늘은 어제 만든 밑반찬까지 같이 드리다보니 반찬가짓수가 제법 많아 보기 좋았다. 그래서 처음 사진을 찍게 됐다^^* 내일은 매일 덜어드렸던 샐러드도 예쁘게 세팅하고 찍어야겠다.
오늘 특별히 새롭게 해본 음식은 고추장멸치볶음과 무나물. 늘 입맛이 없다는 엄마가 정말 맛있게 드셔서 뿌듯했다. 내가 참고한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꼭 만들어서 드셔보시라.
고추장멸치볶음: 유튜브채널 <요리왕비룡> https://youtu.be/bTjzFL-CirU
----> 조리법을 그대로 따라했는데, 단, 고추장 조릴 때 비린맛을 더 잡아주려고 맛술을 한큰술 넣었다. 누워있던 엄마가 멸치냄새를 맡더니 한수 가르쳐주신 것.
무나물: 영양사며느리의 맛있는 레시피 https://brunch.co.kr/@deuny/397
-----> 조리법을 그대로 따라했는데, 단, 채를 썬 무를 천일염에 10분 정도만 살짝 절였다. 우리집 천일염이 워낙 좋은 거라서. 대신 새우젖은 2숟갈 넣으라는데 한 숟갈로만 볶았다. 생강가루도 넣으라는데 없어서 대신 생강청 반스푼으로 대체.
콩나물무침: 콩나물무침은 이제 다른 사람들의 레시피 없이 그냥 만들 수 있게 됐다.^^
-----> 물반컵 넣고 찌듯이 콩나물을 4-5분간 데치고 물만 제거한 후 그대로 무침시작. 남들은 아삭함을 위해 찬물에 콩나물 데친 것을 빨리 씻어내는데 나는 수돗물을 그대로 쓰기가 그래서 그냥 데친 콩나물을 식혀서 사용한다. 레시피: 콩나물 파는거 한봉지, 대파 반대, 홍고추 1/2개, 천일염 1/2수저, 다진마늘 1/2수저, 고추가루 1/2수저, 통깨 1수저, 참기름 1수저
만두전골: 만두전골은 홈플러스에서 구매한 전골야채(소스포함)를 이용하여 만두만 넣어서 쉽게 만들었다. 요리하기가 매우 쉬워서 이렇게 자주 한다.
어제 만든 얼갈이겉절이: 인터넷에서 찾은 초간단 얼갈이겉절이 레시피를 활용했는데 어제 바로 먹을 때는 나름 괜찮았으나 오늘 먹어보니 잘못했다 싶어서 내가 활용한 레시피를 추천하지 않겠다.
어제 만든 메추리알 장조림: https://m.10000recipe.com/recipe/6930802
------> 그나마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인 것 같아서 선택했다. 단, 여기에 소고기 다진 것만 더 추가해서 만들었는데, 밑반찬으로 매우 맛있게 먹고 있다. 참. 다시마는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같이 졸여서 잘라 먹었다.
샐러드: 우리집 매일 먹는 샐러드. 다양한 과일과 야채를 작게 썰어서 다른 소스를 전혀 하지 않고 요거트 한 개랑 그대로 섞어 먹고 있다. 주로 사용하는 과일은 사과, 포도, 귤, 파인애플 등. 야채는 상추, 양상추, 양배추, 브로콜리, 파프리카, 오이 등 뭐든 집에 있는대로. 예전엔 소스 만든다고 요거트에 마요네즈, 꿀, 레몬즙, 다진마늘을 섞어서 사용했는데, 과일을 샐러드 재료로 사용하면 굳이 그렇게 소스 만든다고 애쓸 필요가 없었다. 요거트만 섞어도 매우 맛있는 전채요리로서의 샐러드가 된다.
저 반찬들을 엄마가 다 먹느냐고요? 설마... 같이사는 선배님과 내가 엄마와 함께 맛있게 먹는 양이다.^^*
이렇게 블로그에 매일 집밥 메뉴와 참고한 레시피를 올리면 웬지 그동안 무료하게 요리했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아 설레임이 느껴진다. 요린이가 매일 식단과 요리법 때문에 끙끙 앓고 있는데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재빠르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우리 엄마는 다발성골수종을 겪은 후유증으로 손가락 근육에 마비가 와서 포크만 사용하신다. 다행히 기적처럼 다발성골수종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움직임이 둔하고 입맛이 없는 상태다. 70킬로그램까지 나갔다던 엄마는 현재 45킬로그램 정도로 마르셨고, 이 마저도 딸들이 매일 머리를 싸매고 요리를 해댄 덕분에 약 5킬로그램을 찌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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