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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나눔

[한국어교원자격증 취득후기 4]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최종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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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2차 면접시험 준비


필기시험에 합격한 기쁨도 잠시, 면접시험을 봐야하는 더 큰 부담감에 짓눌렸다. 9월 12일 필기시험 본 당일날 가채점으로 이미 합격할 걸 알았지만, 합격통보를 받기까지 면접시험을 미리 준비하며 설레발을 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해서 필기 합격 통보를 받은 10월 28일까지 근 한달 반 동안 면접시험 준비는 아예 관심밖으로 저만치 미뤄놓았던 터라, 필기 합격 소식과 함께 떠오른 아득한 면접시험에 걱정만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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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면접시험 공고내용: 평가영역

전문지식의 응용능력, 한국어능력, 교사의 적성 및 교직관, 인성 및 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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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면접일인 11월 21일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3주. 그래도 인터넷 검색해서 읽었던 시험 선배들의 합격후기들이 그나마도 아무 대책없었던 내게 큰 위안과 용기를 주었다.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약 10분간 서너 질문에 엉뚱한 답을 정신없이 하고 나왔는데도 기대치않게 합격소식을 받았다는 것! 그래서 나도, 어차피 면접 평가영역이 매우 주관적인 내용들이라 절대적으로 옳은 답도 없거니와 면접이라는 게 자기 생각을 소신껏 얘기하면 되지, 별게 있겠는가 생각하며 면접시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준비가 덜 됐어도 개의치 말고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내 생각을 조리있게 얘기나 하고 오자는 심산이었다.

 

물론 이런 내 초창기 생각은 시험을 다 치른 지금 돌아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왠고하니 면접질문 중에는 평소 자신의 가치관과 관련되어있어 조리있게 답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게 있지만, 질문들 중 최소 한 개 이상은 반드시 한국어교육 지식과 관련된 문제가 주어지기 때문에 내 소신과 상관없이 알고있는 지식에 기반해서 절대적으로 옳은 답변을 해야한다. 즉, 한국어교육능력검정고시의 2차 면접시험은 단순히 교사로서의 가치관이나 소양을 평가하는게 아니라 교사로서 갖춰야할 전문지식도 주요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면접시험 준비 역시 또 한번의 밀도있는 학습과정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이걸 미리 예상하지를 못해서 시험준비 막판에 거의 자포자기 경험을 했었다. 누가 알려줬더라면 충분히 사전에 시간을 갖고 면접시험에 대비했을텐데 그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교사로서의 소양검증 정도인 줄 알고 너무 안일하게 치부했던 것 같다.

 

여튼 경험이 없으니 이번에도 면접시험에 대비하여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서점에 가서 수험서를 구입한 것. 역시 고를 것도 없이 서점에 있던 유일한 책이 (주)시대고시기획에서 나온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2차 면접시험]'이었다. 책을 보니 그제서야 비로소 면접시험에 대한 감이 조금 잡히는 것 같았다. 책 내용은 한국어교사론, 한국어학 및 한국어교육학, 부록(실제면접기출문제 등)으로 구성되어있는데 Q&A 방식으로 편집되어 있어서 실제 면접하듯 학습하기 딱 좋았다.

 

 

 

 

한국어교사론을 읽을 때는 우선, 제시된 질문들을 나름 실전처럼 상상하며 내 답변을 먼저 말해본 후 그걸 예시답변과 비교해보면서 내 생각을 다시 완성하는 방식으로 가볍게 정독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게 딱딱한 시험준비라기 보다는 그동안 깊이있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토론주제들에 대해 내 소신을 내 방식대로 제시해볼 수있는 일종의 '사고게임' 같아서 나름 재미있게 학습했더랬다.

근데 한국어교사론에서 한국어학 및 한국어교육학 단원으로 넘어가자 급 피곤해지는게 아닌가. 필기시험 준비할 때 모두 봤던 이론들이긴 한데 면접시험이라 이걸 말로 알기쉽게 설명할 줄 알아야한다. 그러려면 우선 필기시험 준비할 때 대충 이해하고 넘어갔던 지식들을 남한테 설명이 가능할 정도로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자니 외워야할 양이 만만치가 않았다. 예시질문이야 몇가지로 추려져있지만 결국 한국어교육 이론 전체를 다루고 있는거나 다름 없어서 면접 준비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역시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거라는 걸 다시 한 번 절실히 실감했다.

 

 

 

외우는게 어려워진 나이라 결국 슬럼프를 겪으면서 일주일 넘게 책을 전혀 보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면접시험 준비는 기껏해야 일주일도 채 안한듯 싶다. 공부를 할수록 기가 질렸다고나 할까. 쓸데없는 짓이라는 걸 알았지만 빨리 면접준비를 하지 않았던 걸 뒤늦게 후회하면서 보냈다. 불안해서 면접을 내년으로 미룰까도 생각해봤다. 정말 자포자기 심정이었다. 물론 필기시험을 올해 합격했으니 내년까지는 필기 면제로 면접시험을 볼 수 있으니 그냥 미뤄둘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비용까지 지불한 마당에 이 소중한 응시 기회를 아무것도 안해보고 그냥 놓치긴 웬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그냥 부담없이 마음을 비우고 가서 내년을 위해 어떻게 시험을 보는지나 알고 오면 어떨까, 이렇게 또 내 불안한 마음을 토닥토닥 달랬다.

그렇게 시험 3-4일 전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시간이 촉박해서 더이상 이론들을 외우는 건 무리고, 재수 좋으면 유사 질문이 나왔을 때 조금이라도 기억해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저 수험서에 나와있는 모든 질문과 예시답변을 한번이라도 다 읽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소박한 목표를 잡고 덤볐더니 그나마 진도가 빨리 나가 겨우 한번 다 읽는데 성공! 얼추 다 읽고나니 또 언뜻 실제 면접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불끈 솟는 것 같았다. 근데 바로 시험 전날, 그제서야 뒤늦게 책 부록에 실린 실제 면접 기출 문제를 본 순간, 이런! 내가 정말 내일 시험을 볼 수 있을까... 또 아득해지는게 아닌가. 이런 어려운 문제들이 실제 나왔다니, 내가 이런 질문들을 직접 받는다면 지금처럼 그냥 머리가 하얘질 거라는 생각만 들었다. 다시 자신감 급하강! 시험 전날 나는 이런 상태에서 겨우 잠이 들었다.

 


11월 21일, 두근두근 면접시험장

합격이고 뭐고 이 불안한 상황이 끝나기만을 바랬다. 안양 사는 내가 배치된 고사장은 서울 광진구 뚝섬유원지역 근처에 위치한 서울동부국가자격시험장. 필기시험 합격자가 전국적으로 1,000여명 정도 밖에 안되는지라 1시간 반이나 걸리는 서울 시험장까지 가서 응시해야만 했다. 이 먼 거리가 결국 화근이 됐다.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아침 일찍부터 비몽사몽 일어나 그래도 명색이 면접시험인지라 모처럼 만에 정장을 곱게 차려입었다. 긴 코트까지 걸치고나니 굽있는 구두도 세트로 맞춰 신어야 했다. 해서 신발장에서 이것저것 오래간만에 구두를 꺼내 봤는데 오랫동안 신지 않았던 구두 한켤레가 딱 마음에 들었다. 근데 굽이 높은 이 구두를 신고 그 먼 서울까지 갈 생각을 하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운동화를 신고 시험장까지 가되, 마침 후배가 동행해준다 하니 신고간 운동화는 후배에게 맡기고 나는 이 구두로 이쁘게 갈아신어야겠다는 나름 현명한(?) 생각을 했더랬다.

초조한 심정으로 드디어 시험장에 도착. 그 굽 높은 구두로 갈아신고 후배의 격려를 뒤로한채 시험장에 조심스럽게 들어갔는데, 입구에서 코로나 방역으로 온도 측정을 하고 대기실로 향하는 순간, 아! 구두굽 소리가 너무 크고 미끈거리는게 뭔가 이상했다. 앉아서 확인해보니 구두굽 바닥이 양쪽 다 빠져있는게 아닌가. 아무래도 같이 사는 언니가 내 구두를 신고다니다가 굽밑창이 다 닳아서 일단 빼놓고 수선 맡기려고 그냥 놔둔 모양이었다. 안그래도 면접 떨림증이 심한데 이 당황스러운 상황까지 겪으니 이건 뭐 기다리는 시간이 그야말로 좌불안석. 그 때부터는 움직일 때마다 소리 안내고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사뿐사뿐 걷느라 온갖 신경이 구두에 집중됐다. 제발 많이 움직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1층에서 임시 대기했다가 다시 2층 가서 핸드폰 제출하고 응시자 확인을 한 후 다시 지하로 내려와 면접실 앞에서 대기. 정말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 후달거릴 지경이었다.

드디어 내 번호가 불렸다. 면접실 1번방. 세 분의 심사위원님들이 작은 방에서 안쪽에 나란히 앉아 계셨다. 코로나 방역이 어찌나 철저하던지 마스크를 벗지 않고 면접에 임했는데 응시자 좌석 앞에 플라스틱 투명막까지 이미 설치되어 있어 혹시 내 말이 잘 안 들릴까봐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사실 안 들릴리가 없었다. 워낙 조용한 작은 방이어서. 여튼 미끄러운 구두를 의식한 채 조심스럽게 들어가서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 차분히 앉았는데 역시 시험 선배들 말이 100% 다 맞았다. 집중해서 조리있게 대답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음에도 내게 주어진 세 문제 모두 정신없이 답변을 해서 솔직히 내가 뭐라 답변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난다. 사실 시험 끝난지 3개월여가 흘렀기 때문에 시험문제가 정확히 뭐였는지 기억이 흐릿하긴한데 대략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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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면접 실제 기출 문제

1. 결혼이주여성이 "피곤하면 눕고 있어요" 라고 했을 때 한국어 표현 오류는?
2. 신조어 교육에 대한 생각은?
3. 실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을 한다면 어떤 수업을 할지 계획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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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질문부터 다소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ㅂ불규칙 얘기를 했어야했는데 '-하면'의 오류를 말했더니 이게 또 완전히 잘못된 답변은 아니었던지 재차 '눕다'에 맞춰 추가 질문을 해주셨는데 왜 그때 그 당연한게 기억이 나지 않았는지 이미 멘붕이 와서 빨리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더랬다. 그나마 두번째, 세번째 질문은 내 교육관을 물은거라 얼굴이 빨개진 채 나름 조리있게 답변했는데 그 답변들을 하면서도 내내 첫 답변에 대한 찜찜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두번째, 세번째 답변으로 자신감이 붙자 더 질문을 해주십사 간절한 눈빛을 보냈는데 됐단다. 나가도 좋다고. 잠시잠깐 내가 오늘 부족했다고 읍소라도 해볼까 생각했는데 그 짧은 순간에도 그런 얘기가 구차하게 여겨졌다. 겸연쩍게 뭔가 아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인사한 후 또 미끄러지지 않기위해 안간힘을 쓰며 밖으로 나왔다. 참 신기한건 그렇게 찜찜한 답변을 해놓고 나왔는데도 갑자기 충만한 만족감에 뛸듯이 기쁜게 아닌가. 그렇게 시험장을 신나게 나왔는데 갑자기 머리속에서 ㅂ불규칙이 섬광처럼 떠올랐다. 아! 내가 왜 그 쉬운 걸 떠올리지 못했을까. 다시 면접실로 뛰어 들어가서 사실은 내가 알고 있다고 얘기해드리고 싶었다.^^*

후련함 9, 아쉬움 1의 감정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면접시험의 찜찜함을 날려버리듯 구두를 미련없이 던져버렸다. 인간은 참 간사하다. 아니, 내가 참 간사한거다. 제대로 면접준비를 못해서 합격에 대한 기대없이 시험을 치뤘으면서, 게다가 한 문제는 엉뚱한 답변을 했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요행을 바라고 있었다. 시험 선배들도 하나같이 기대하지 않았다가 운좋게 됐다고 하지 않는가. 여튼 이제 합격여부는 하늘에 맡겨버렸다. 그리고 단순하게 잊고 지냈다.

 

 

 

12월 28일 아침, 결국 합격 문자를 받았다. 이번엔 진짜 기뻤다. 정말 운이 좋았나보다. 점수를 확인했더니 70점.^^* 합격선인 60점을 아슬아슬 넘겼다. 오롯이 심사위원분들의 관용과 배려로 매겨진 점수였다. 사실 자격시험에선 합격여부가 중요한거지 100점이나 70점이나 결과는 똑같지 않은가. 크게 무리하지 않고 원하는걸 얻었다는 만족감까지 더해졌다. 갑자기 세상 모든 분들에게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고비 때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 특급 칭찬을 해주었다. 최근에 학점은행제로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그때 느꼈던 성취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가자격시험에 당당하게 합격해서 얻은 결과가 아닌가. 심지어 필기와 면접까지 거쳐 얻어낸 수확이다.

참고로 올해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2차 면접대상은 1,215명, 그 중 응시인원이 1,160명이었고 최종 합격자수는 전국적으로 고작 922명. 2차 면접 합격률이 79.48로 예년에 비해 다소 낮다. 아마도 1차 필기시험 합격률이 47.8%로 비교적 높다보니 면접합격률을 낮춰 최종 합격률을 평년수준으로 조정한게 아닌가 싶다.

여튼 나는 자랑스럽게도 2020년 제15회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최종합격자 922명 중 한 명이 되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자격증 신청이 남았다. 그 정보는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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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4 - [한국어교원자격증 취득후기 1] 3급 자격증에 도전하게 된 이유

2021/02/16 - [한국어교원자격증 취득후기 2] 3급 자격증 리얼 도전기

2021/02/28 - [한국어교원자격증 취득후기 3]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필기합격

 

다음 글 참고

2021/03/04 - [한국어교원자격증 취득후기 5] 한국어교원자격증 3급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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