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의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준비
두 달여의 짧은 기간 동안이긴 했지만 노안으로 눈이 흐릿하고 만성두통에 시달리면서도 나름 국가고시 본다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 물론 모의고사 점수가 간신히 평균 60점을 웃도는 수준이라 합격을 기대하기엔 뭔가 찜찜한 실력이었다. 해서 좀더 시간만 주어지면 웬지 자신있게 합격할 것 같아서 요행히 코로나19로 연기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더랬다.
그러나 더 공부한들 지금의 내 기억력으로는 시간이 늦춰질수록 오히려 불리해지기만 할 터. 더이상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떨어져도 좋으니까 얼렁 끝을 냈으면 하는 마음도 한켠에선 간절했다. 시험 당일날이 특히 그랬다.
2020년 9월 12일(토),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고사장
내가 시험을 본 곳은 안양공업고등학교. 가을비가 금방이라도 내릴듯 우중충한 날씨가 자신없이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착잡한 내 마음과 닮았다.
나중에 알게됐는데, 이 날 전국적으로 필기시험에 응시한 사람들은 약 2,200여명. 당초 접수자가 3,000여명 정도 됐다는데 결원이 800여명이나 됐단다. 그래서인지 고사장이라고 하기엔 웬지 썰렁한 느낌이었고 내가 들어간 시험장에도 드문드문 빈자리가 보였다.
왜이리 응시율이 낮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올해는 코로나19 영향도 컸었겠지만, 그보다도 막상 시험준비를 해보니 만만치않음을 느끼고 중도 포기한 분들이 여전히 많았던게 아닐까싶다. 사실 나도 공부하다가 예상했던 것 보다 어렵고 점수도 잘 안 나와서 그냥 포기할까 생각했던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멈추지 말아야될 이유를 갖다댔다. 시험공부 초기에는 양성과정을 들은 게 아까워서, 이후에는 큰 돈주고 산 책이 아까워서, 또 중간중간엔 그때까지 들인 시간과 비용, 노력이 아까워서, 그리고 시험을 막 앞두고서는 이제는 돌이키기엔 너무 늦지않았냐며 나자신을 다독였다. 그렇게 그냥 체념하듯 어렵게 어렵게 시험준비를 이어갔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여튼 주사위는 던져졌다. 1교시 100분. 한국어교육의 개론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어학과 일반언어학 및 응용언어학 시험을 치뤘다. 처음엔 다소 긴장이 됐는데, 한문제 한문제 집중하며 풀다보니 웬지 자신감이 붙으면서 시험보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 시험은 문항이 워낙 많고 대부분 깊이있는 이해를 요구하기 때문에 시간배분을 잘 안하면 막판에 쫒기기 쉽다. 잘 모르는 문제는 시간이 남으면 다시한 번 볼 심산으로 일단 끌리는 답을 체크해놓고 빨리 넘기는게 좋다. 물론 문제를 1차 다 푼 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그 문항들을 다시 봐도 대체로 처음 찍었던 답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여튼 그렇게 시간을 잘 썼더니 마지막에 10분을 남겨놓고 답안을 작성하자 1교시는 순식간에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교시가 끝나자 식사시간. 입맛이 없었지만 동생이 정성스럽게 싸준 도시락으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같이 시험을 본 몇몇 분들은 식사도 대충 하는둥 마는둥 하면서 빽빽히 정리해온 요약본을 보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나도 책을 펴볼까 했는데 영 눈에 들어오지 않아 멀뚱히 시계만 바라보다 2교시를 맞이했다.
드디어 2교시. 150분간 한국문화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론을 보는데, 한국문화는 특히 시험범위도 너무 광범위하고 문항수도 적어서 자칫 과락이 될 위험이 큰 과목이라 긴장됐다. 일단 20문항 중 달랑 8문항만 맞아도 과락은 면하고 12문제만 맞으면 합격선이라 안정권에 진입하는데 생각보다 모르는 문제들이 많아서 난감했다. 역시 이번 시험의 당락은 결국 한국문화 점수로 결정 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한편,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론은 시험 문항이 총 93개로 워낙 많아서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집에서 모의고사 풀 때도 줄곧 그랬는데 역시 이 날도 중간쯤 넘어가자 여지없이 급피곤함을 느꼈다. 그래도 나름 그 고비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었던건 웬지 합격할 것 같은 자신감이었다고나 할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가 평균이상은 될 것 같은 희망때문에 흐트러진 집중력을 회복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더랬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번 시험에서 12점짜리 마지막 주관식 문항을 애시당초 포기했었다. 그래서 시험을 다 풀고 다시 검토하고서도 종료시간까지 30분이나 남아있는게 아닌가. 다들 열심히 문제를 풀고있는데 나만 일찌감치 나오는게 웬지 겸연쩍어서 멀뚱히 시험지만 응시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그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20분을 남겨놓고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왔더랬다.
집으로 가는 길이 어찌나 홀가분하던지.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이번엔 묵은 때를 씻어주듯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참 오래간만에 느껴본 긴장이었고 그 긴장만큼 성취감도 따라왔다.
운이 좋았다
저녁에 혼자 큐넷에 올라온 답안지를 확인해보니 다행히 합격점! 모의고사 볼 때의 성적보다 훨씬 잘 나와서 정말 뿌듯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른 해보다 올해 시험이 쉬웠는지 필기합격률이 50%에 가까웠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이번 시험도 어려웠던거 같아서 난이도가 예년과 비슷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보다. 어쨌든 준비했던거에 비해 점수가 잘 나온걸 보면 운이 좋았던거 같다. 그렇다, 운이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시험이 내 나이에 내 수준 정도로 준비해서 합격할 수 있는 만만한 시험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필기 합격
2020년 10월 28일 오전 9시, 기대했던 대로 필기합격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이제, 2차 면접시험이 남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마무리하고 올려야겠다. 시험을 준비하느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다음 글도 읽고 참고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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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4 - [한국어교원자격증 취득후기 1] 3급 자격증에 도전하게 된 이유
2021/02/16 - [한국어교원자격증 취득후기 2] 3급 자격증 리얼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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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3 - [한국어교원자격증 취득후기 4]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최종합격
2021/03/04 - [한국어교원자격증 취득후기 5] 한국어교원자격증 3급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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