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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자궁근종 수술후기 2] 개복하 자궁근종 절제술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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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궁근종 수술후기]는 2020년 11월경 연세 세브란스병원에서 개복하 자궁근종 절제술을 받은 경험을 직접 정리하여 공유해드리는 생생한 체험기입니다.

 

 

 

 

앞선 글에서 얘기했듯, 수술날짜를 기다리는 근 한달이 정말 지옥같았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수술을 받을 요량으로 생리시기를 고려한답시고 최대한 일정을 뒤늦춰 잡았더니 그 기다림이 날 더욱 지치고 나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달 월경이 예상보다 좀 빨라져서 다음달 수술시기와 생리시기가 겹치지 않을까 걱정까지 해야했다. 그래서 너무 늦게 수술일정을 잡은 걸 두고두고 후회했더랬다. 누군가 나에게 자궁근종 수술시기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면, 가급적 빨리 수술일정을 잡되 생리가 막 끝나고 일주일 정도 뒤에 하면 좋지 않을까 애기해주고 싶다. 내 경우엔 대략 다음번 월경주기 일주일 전으로 수술일정을 잡았더니 막상 수술 후 갑자기 하혈이 점점더 심해지자 이게 월경과 구분이 안돼 좀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었다. 물론 수술탓에 생리가 원래 주기보다 좀 앞당겨졌던 것이었는데 잠시나마 수술 부작용이 아닌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었다.

 

여튼 입원하기 전에 인터넷을 뒤지다시피하여 준비했던 나의 입원 물품들 중 이건 참 미리 잘 준비하고 갔다하는 것만 이곳에 소개를 하겠다. 대부분의 물품은 가져갔다가 고스란히 쓰지도 못하고 갖고 왔더랬다. 과잉 준비라고나 할까. 또 누군가 나에게 자궁근종 수술로 입원하게 됐을 때 준비해야될 물품을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얘기해주고 싶다. 어차피 이 이외의 것들은 없으면 없는대로 지낼 수 있고, 꼭 필요한 물품들은 병원에서 다 지원을 해준다.

 

# 자궁근종 수술 입원 준비물품(병원 공지 준비물품)

- 슬리퍼, 컵, 세면도구, 속옷, 생리대, 보호자침구

 

# 내가 준비해간 추가 준비물품

- 크리넥스 마이비데 50매 2팩, 입는생리대 8개입 2팩, 드라이기, 얼굴미스트, 수건 10개(보호자용까지), 보호자용 간식

 

* 겉옷이든 속옷이든 많이 준비해가봐야 짐일 뿐이다. 환자복으로 지내고 갈 때 입고간 옷을 그대로 입고 퇴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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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하기 3일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입원 전날에야 병동 원무팀에서 입원정보를 알려줬다. 사전에 5인실을 원한다고 간곡히 말씀드렸으나 당장은 2인실밖에 나지 않으니 일단 입원하고 5인실이 나오는 대로 바로 바꿔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근데 막상 2인실을 쓰다보니 입원해있던 5박 6일 동안 병실을 옮기지 않고 그냥 쭈욱 2인실을 썼더랬다. 누군가 또 병실이용에 대해 조언해달라 묻는다면 단언컨대 2인실을 사용하라 얘기해주고 싶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자궁근종 수술 환자의 경우 다인실 보다 2인실을 사용해야하는 이유

- 자궁근종수술 환자는 특히 화장실을 자주, 그리고 오래 사용해야 해서 다인실의 경우 자칫 타 환자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다.

- 2인실로 입원을 시작했다면 이미 간호사분들과 라포형성이 되어 있어 병실을 옮기는게 바람직하지도 않고 번거롭다.

- 2인실도 보험적용이 되기 때문에 입원시기가 길지 않다면 그냥 편하게 2인실을 권장한다. 1일 약 십만원 정도. 이렇게 아플 때 쓰자고 악착같이 돈 벌며 살고 있는게 아닌가.

- 간병 보호자에게도 2인실이 편하다.

- 연세세브란스 병원의 병실 뷰가 호텔급이다.^^ 기회가 된다면 뷰를 볼 수 있는 창가쪽 침상을 사용할 것.

 

연세세브란스 병동 창가쪽 침상에서 바라본 뷰

 

자궁근종수술 환자에게 보호자는 필수다. 개복을 한 상황이라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니 그만큼 수술 후 수발들어야될 일이 많다는 얘기다. 5박 6일 병실에 있는 동안 내 옆 침상에는 유방암 수술로 입원했던 젊잖은 2명의 환자분들이 번갈아 다녀갔는데, 사실 증상으로만 보면 나보다 훨씬 심각한 중증환자들이었음에도 실상 옆에서 지켜보자니 혼자서도 입원해 다음 날 수술받고 또 그 다음날 척척 퇴원하시는 것을 보면서 여간 부러웠던게 아니었다. 유방암 환자분들은 하체가 자유로워 수술 당일만 좀 힘들지 그 다음날 부터 혼자 걸어다니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자궁근종 개복수술 환자는 배에 오줌줄과 피주머니를 꽂고 지내야하고, 수술후 이틀간은 소변량도 체크해야돼서 유방암 환자처럼 혼자 입원해서 병치레를 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보호자가 없다면 간호사분들이 돌아가며 어떻게든 도움을 주긴 하겠지만 역시 큰 민폐가 될 거라 생각한다.

 

어쨌든 수술 전날 2인실로 입원해서 두려움 속에 잠이 들었다. 다음날 수술실에 들어갈 때까지 집도의 의사선생님은 뵙지 못하고 전공의 선생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만 만나 대략적인 시술 설명을 듣는 상황이라 아닌 척 해도 사실 많이 불안하고 두려웠다. 의사선생님을 미리 만나면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는데 사실 돌이켜보면 하나마나한 얘기다^^*. 그래도 수술실에 들어가서 집도의 선생님을 뵈니 울컥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 내 목숨줄을 잡고 계신 선생님께 작은 목소리로 되뇌이듯 속삭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마취된 채 필름이 끊겼다.

 

수술실로 실려가는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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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싸늘한 추위를 느끼며 눈을 어렴풋이 뜨니 수술실에 들어간 후 벌써 4시간이 흘렀단다. 수술실에 들어가서도 약 한시간 정도를 기다렸으니 마취 풀리는 시간까지 다 포함해도 수술시간만으로는 약 세시간 정도가 소요된 듯하다. 아, 살아돌아왔구나 안도감도 잠시. 입원실로 돌아오자 배가 묵직하니 점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때마다 계속 진통제가 투약됐다. 어떤 이들은 무통주사를 맞았다는데 그래도 나는 진통제로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수술당일에는 아랫도리의 불편감이 최대치여서 오줌줄에 의지해 꼼짝않고 침대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때 기분으로는 영영 그 고통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고 과연 내가 다시 움직일 수나 있을지 믿기지가 않았다.

 

드디어 수술 당일 저녁 회진 시 제 정신으로 의사선생님을 만나뵐 수 있었다. 의사선생님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 때 처음 봤다. 수술 잘 됐다며 근종을 큰 거 4개 포함해서 11개나 제거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4개의 자궁근종 제거를 생각했다가 갑자기 11개나 떼어냈다 하니 그렇게 많은 놈들을 키우고 있었나 징그러워 크게 놀랬다. 크기가 큰 것은 7~8센티미터까지 됐단다. 자궁을 잘 살려놨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유쾌하게 떠나셨다. 외래 상담시에는 다소 까칠한 모습으로, 수술 전에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도 않으시더니 수술을 다 잘 마치고서야 유쾌한 모습으로 등장하시는 것을 보면서 역시 인터넷에 떠돌듯 츤데레 명의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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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다음날, 금식을 끝내고 보식이 시작됐다. 결코 다시 일어서 걸을 수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인간의 회복력은 정말 대단하다. 앉기, 일어나기, 천천히 걷기가 순서대로 가능해지더니 천천히 걷다가 첫 방귀도 가볍게 배출했다. 힘들긴 했지만 직접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게됐고 그때마다 혈뇨가 계속되는 것도 확인했다. 피주머니를 통해 잔혈이 계속 배출되었는데, 의사선생님과 전공의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 모두 이 잔혈의 색깔과 양을 세심히 관찰했다. 선홍색이 되면 안된다 하니 나도 피 색깔에 잔뜩 민감해졌는데, 소변량을 체크하다가 단순 혈뇨 수준이 아니라 갑자기 소변의 색깔이 점점더 붉어지는 것을 보고 수술 후유증이 아닐까 식겁했더랬다. 물론 나중에야 이게 월경이라는 걸 깨달았고 원래 주기보다 일찍 시작됐다는 것을 알게됐다. 평소 1주일 꼬박 엄청난 생리량을 과시해왔는데 이번에는 달랑 3-4일간 소량의 생리로 끝을 보니 이게 웬일인가 싶어 감개가 무량할 정도였다.

 

수술이 끝나고 내가 가장 신경썼던 건 바로 헤모글로빈 수치였다. 내가 이 고생을 하며 자궁근종 개복수술을 하는 이유가 오직 빈혈수치 때문이 아니었는가. 그래서 매일 혈액검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헤모글로빈 수치에 일희일비했다. 수술 당일 11.4였던 수치가 그 다음날엔 11.0, 갑자기 생리가 시작되어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다음날엔 10.1, 또 그 다음날엔 9... 계속 떨어지고 있는 수치에 의사 선생님도 급기야 철분제를 맞자고 하셨다. 아. 이럼 내가 왜 자궁근종 수술을 한 것일까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는데 다행히 선생님들께서 빈혈수치는 수술 이후 단기간에 확인할 수 없다며 약 6개월간 꾸준히 지켜봐야한다고 말씀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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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한 지 5일째, 수술한지 4일째가 되던 날, 집도의 선생님께서 주말에는 쉰다 하셔서 다른 선생님이 대신 회진을 도셨다. 원래는 자궁근종 수술을 하면 대개 빠르면 3박 4일, 평균적으로는 4박 5일 동안 입원을 한다길래 이제 나도 퇴원을 하는 건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내 복부를 꾹꾹 눌러보시더니 여전히 좀 부어있는 느낌이 든다며 하루 더 입원해서 잔혈 배출과 빈혈수치를 확인해보자 하셨다. 나도 웬지 하루 더 있는게 안심이 될 것 같았는데 선생님이 직접 그 말씀을 해주시니 마음이 놓였다. 선생님께 생리량이 확 줄었다고 그 놀라운 결과를 말씀드렸더니 활짝 웃으시며 "바로 그게 우리가 원했던 거잖아요?" 하셨다. 그 말에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아! 자궁근종 질환의 부정적 증상이 바로 생리량 과다였지? 그게 빈혈수치를 높였던 거였어. 맞다! 생리량을 줄이는 게 이 수술의 목표였구나! 빈혈수치고 뭐고 간에 일단 생리량이 줄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성공이다!^^*

 

그리고 드디어 퇴원하는 날. 5박 6일간의 긴 여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겉으로만 보면 딱 제왕절개로 막 출산한 산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약 16센티미터의 끔찍한 수술자국이 비키니라인을 따라 아직 혈흔이 선명한 채로 남아있었다. 요즘은 바늘자국 없이 본드로 붙인다며 얇은 테이프가 덧씌워져 있었는데 이 개복의 흔적 때문에 약 4주간은 무거운 것도 들어선 안되고 무리한 운동도 피해야 했다. 2주간은 샤워도 할 수 없고 복부에 남아있는 테이프는 6주 후에야 떼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서 재발여부를 확인하러 다시 병원에 가서 검진을 해야하는데 이때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그 다음 관리는 다시 동네병원에서 하면 된다고 했다.

 

약 1년을 버티며 미뤄왔던 자궁근종 수술이 이렇게 잘 마무리 되었다. 다음 글쓰기(자궁근종 수술후기 3)에서 결론적으로 얘기하겠지만 내 자궁근종 개복수술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이 글을 빌어 내 건강을 챙겨주신 연세 세브란스병원 집도의 선생님을 비롯한 의사선생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께 진심어린 감사인사를 남기고 싶다. 그리고 내 곁에서 간병해준 언니에게도 다시한 번 감사해요~

 

참. 혹시 나의 자궁근종 개복수술비가 궁금한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말씀드리면, 2인실 5박 6일간의 입원비를 포함하여 약 2백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했다. 수술예약할 때 상담선생님께서 수술만 약 150만원 전후의 비용이 든다 하셨는데 그 말씀 그대로였다. 그저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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