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정보

[자궁근종 수술후기 1] 자궁근종 개복수술 이유

728x90

★ 지금부터 연재하는 [자궁근종 수술후기]는 2020년 11월경 연세 세브란스병원에서 개복하 자궁근종 절제술을 받은 경험을 직접 정리하여 공유해드리는 생생한 체험기입니다.

 

 


여성질환으로는 흔하디 흔한 자궁근종! 통계상으로 봐도 35세 이상 여성의 반 수가 자궁근종을 갖고 있다하니 지인들에게 자궁근종으로 '개복' 수술을 하게 됐다 푸념한들 그닥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당사자에겐 전신마취를 하고 배를 가르는 대수술임이 분명한데... 암 정도는 되어야 위로를 받을까. 자궁근종 수술 정도로는 어디다가 나의 이 두려움과 걱정을 다 드러내고 하소연도 하기 어려운 참 서러운 질환이다 싶었다.

 

심지어 십수년 전에 나름 이런 큰 수술을 대비해 들어두었던 보험 조차도 이 질환에 따른 수술을 가장 가벼운 수술로 여기고 수술비 청구조차 민망한 상황으로 만드는게 아닌가. 수술비에 턱없이 부족한 고작 이삼십만원의 보험료 청구만이 가능하다 하길래, 수술을 앞두고 잔뜩 민감해져있던 나는 더이상 그 분을 참지 못하고 그동안 냈던 수백만원의 손해도 감수하고 미련없이 해약을 결정했더랬다.

맞다! 자궁근종이 대다수의 여성들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고 암처럼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질병은 아니다. 그러나 남들에게나 사소한 질병이지, 당장 수술을 앞둔 내게는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온거야? 왜 나냐구???' 억울해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우울했고^^;; 자칫 잘못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걱정으로 순간순간 나자신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수술일정을 예약해놓고 기다리던 그 한 달이 정말 지옥같았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그 당시의 나와 같은 심정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선경험자로서 나는 당신의 그 걱정과 두려움을 완전히 공감한다. 큰 수술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주위에서 아무리 토닥토닥 위로를 해줘도 잠시잠깐 위안이 될 뿐이라는걸.

이미 수술을 마친지 약 2개월 반 정도가 훌쩍 지났지만 불안한 마음에 매일매일 인터넷을 뒤지며 수술 선배들로부터 위안을 찾고자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때문에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개인마다 조금씩 상황은 다르겠지만 나의 선경험과 정보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나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벌써 오래된 과거사처럼 아련해졌지만 그때의 기억을 이곳에 정리해 공유해보기로 했다.

 

 

내가 자궁근종 개복수술을 결정하기 까지의 상황은 이랬다.

 

우선 나의 증상은

 

1. 6~7년 전부터 매년 받는 건강검진에서 빈혈수치가 6~7대(평균 12)로 매우 낮게 측정되기 시작했다. 심각한 수준이었으나 평소 생리량이 과다한지라 검진 시기를 월경시기로 잘못 잡았다 생각하며 애써 빈혈수치를 무시했다. 철분제를 몇개월간 처방받고 다시 검사하면 좋아지기도 했고 또 아주 심각하다 싶으면 철분주사를 맞아가며 그냥 버텼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빈혈수치를 가벼이 여겼을까 후회 막심이다.

2. 눈밑이 하얗고 입술에 핏기가 없었다. 평소 얼굴이 밝은 편이었으나 점점 어두워지더니 오래간만에 만난 지인들이 하나둘씩 내 건강상태를 묻기 시작했다.

3. 언제부턴가 얼음을 씹어먹기 시작했다. 원래 커피도 마시지 않았었는데 쉽게 피로감이 몰려와 아이스커피를 마시지 않고는 직장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정말 하루종일 얼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새로 해넣은 임플란트 걱정은 뒤로하고 아그작아그작 잘도 씹어댔다. 근데 수술을 마친 지금은 그 간절했던 얼음 생각이 깜쪽같이 사라졌다. 그게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다.

4. 뭔가 항상 배를 누르고 있는 묵직한 느낌이 있어서 소변이 자주 마려웠고, 또 어릴땐 늘 똑소리나게 끝을 봤던 대변도 언제부턴가 깔끔하게 해결되는 느낌이 아니었다.

5. 출산을 앞둔 사람처럼 배가 빵빵하게 나오고 몸무게도 80킬로를 넘어서서 비만이 일상적인 내 몸의 상태가 됐다. 물론 이 증상은 자궁근종과는 별개로 과식과 폭식, 나이듦과 운동부족이 더 큰 원인으로 보인다^^*;;

6. 건강검진 시기를 맞아 처음으로 동네 산부인과에서 자궁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약 6~7센치인 근종 서너개가 보인다는 소견을 받았다. 한마디로 다발성 근종이라는 것. 나름 이 지역에서는 유명세가 있는 큰 산부인과 병원이었는데 해당병원에서 수술하라는 것도 아니고 소견서를 써주겠다며 빨리 큰 병원에 가보라고하니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 그때부터였던거 같다. 자궁근종으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던게. 말도 안되게 6개월 이상을 버티기에 들어간 셈이 됐다. 그냥 두려웠다. 큰 병원에 가면 어쩔 수없이 수술을 해야할 것 같고, 어떻게든 수술을 회피할 수 있는, 딱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고 싶었다. 약물치료와 호르몬 요법, 큰 흉터가 남지 않고 회복이 빠르다는 복강경 수술과 로봇수술 등등. 정보는 넘쳐나는데 과연 내몸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인지 확신할 수 없으니 답답하면 그저 '에잇, 내일 생각하자'하고 미루기에 급급했다.

내가 가장 원하는 치료법은 폐경에 의한 자연소멸!^^ 이제 내 나이 45세라 몇년만 더 버티면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한동안은 언니말을 듣고 호르몬 요법에도 빠져봤다. 주위에서 팔뚝에 피임약을 주입했더니 빈혈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단다. 그 정도라면 나도 해보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급적 개복수술은 피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말이 듣고싶어 인터넷을 뒤졌고 그 말을 찾으면 '음 그래, 개복은 안돼!'라며 그제야 검색을 멈추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상으로 돌아왔다.

어찌됐든 호르몬 치료든 복강경 수술이든 자연소멸을 꿈꾸며 약물치료로 연명하든 큰 병원에 가서 재검진을 받아야된다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과거 병력 때문에 연세 세브란스병원에 다녔던 나는 또다시 검색신공을 발휘해 세브란스병원의 명의를 찾았고 코로나19다, 의료계 파업이다 하며 시간이 지체되다가 겨우 상담일정을 잡았다.

 

-------------


"큰 거 4개 정도 보이는데 이거 떼어냅시다. 정확한 수나 악성인지는 열어서 조직검사를 해봐야 아는거고 일단 상담받고 개복수술 날짜잡으시죠!"

"개복이요?"

"네. 개복! 몰라요? 배를 연다고요."

"아, 네... 수술 안하고 피임약 치료요법 이런 것도 있던데..."

"안돼요. 너무 크고 많아서 개복수술 해야해요"

"아, 네..."

-----------


몇 달동안 인터넷 검색으로 공부를 한 게 무슨 소용인가. 의사선생님이 대수롭지않게 '개복수술'이라는 단어를 꺼내자 머리가 하얘지더니 드디어 올게 왔구나 쉽게 체념모드로 전환됐다.

인터넷에서 찾았던게 그나마 도움이 된게 있다면,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선생님이 츤데레 명의라는 정보 정도. 때문에 그 무시무시한 개복수술을 다소 하찮은듯 시덥잖게 얘기해도 저 분이 이 분야 명의라 가볍게 여기나보다 별달리 화도 나지 않았다. 왜 개복수술을 해야만 하느냐 뭐 더 묻고 따지지도 못할 정도로 그냥 카리스마에 눌려버렸다고나 할까.

뭔가 다 못한 말이 있는데 어느새 진료실을 나와 또다른 수술 상담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있었고, 그제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생리일정을 고려해 한달 이후로 수술일정을 잡고 예약을 하게 됐다. 물론 내 몸이 당장 수술을 해도 괜찮은 상황인지 예약 당일 여러가지 검사(심전도, 혈액, 소변, 흉부엑스레이 검사)를 진행했고, 빈혈수치가 여전히 낮은 상황이면 수술이 곤란하다 했는데 다행히도 한달 후 수술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여기까지가 내가 자궁근종 개복수술을 하게 된 상황과 이유다.

 

관련글 보기

2021/02/11 - [정보나눔] - [자궁근종 수술후기 2] 개복하 자궁근종 절제술 체험

 

[자궁근종 수술후기 2] 개복하 자궁근종 절제술 체험

★ [자궁근종 수술후기]는 2020년 11월경 연세 세브란스병원에서 개복하 자궁근종 절제술을 받은 동생이 직접 정리하여 공유해드리는 생생한 체험기입니다. 앞선 글에서 얘기했듯, 수술날짜를 기

muni.tistory.com

2021/02/11 - [정보나눔] - [자궁근종 수술후기 3] 자궁근종 개복수술 이후의 변화

 

[자궁근종 수술후기 3] 자궁근종 개복수술 이후의 변화

★ [자궁근종 수술후기]는 2020년 11월경 연세 세브란스병원에서 개복하 자궁근종 절제술을 받은 동생이 직접 정리하여 공유해드리는 생생한 체험기입니다. 수술을 한 지 어느새 두달 반이 흘렀

muni.tistory.com

 

2021.06.25 - [정보나눔] - [자궁근종 수술후기 4] 6개월 후 검사결과

 

[자궁근종 수술후기 4] 6개월 후 검사결과

어느새 자궁근종 개복수술을 한지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생리양이다. 입는생리대 소비량으로 설명하자면, 수술 전에는 1주일을 꼬박, 입는생리대 15개, 중소형 생

muni.tistory.com

2022.01.28 - [정보나눔] - [자궁근종 수술후기 5] 개복수술 1년 후 검진 결과

 

[자궁근종 수술후기 5] 개복수술 1년 후 검진 결과

아주 오래간 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더니 오래 전에 올린 자궁근종 수술후기에 비밀댓글이 하나 달려있었다. 나와 같은 빈혈 증상으로 곧 개복수술을 하게됐는데 무섭지만 내 글을 읽고 힘이 난

muni.tistory.com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