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20대 대통령선거. 아픈 엄마조차 요즘 심상치않게 돌아가는 선거판에 부쩍 관심이 많아지셨다. 덕분에 말씀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기억도 점차 또렷해지고 의욕도 넘쳐 보였다.
집에서 무기력하게 누워만 계시려는 엄마. 드디어 엄마를 일으켜세워서 나가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왔다. 양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엄마의 한 표가 무척 소중해졌으니 사전투표하러 나가보자고 떼를 썼다. 그랬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하셨다^^

우리집에서 내 걸음으로 딱 5분이면 갈 수 있는 다정동 주민센터. 바로 그 옆인 복컴 다목적체육관이 사전투표소인데, 아픈 엄마가 지팡이를 짚고 가기에는 천리만리인 듯 보였다. 집 문을 열고 나와 주민센터까지 힘겨운 발걸음을 옮겨 터벅터벅 걸어간 시간만 30분을 족히 넘긴 듯 했다. 추운 겨울날인데도 엄마의 외투 안쪽이 땀으로 흥건해질 정도였다.





드디어 도착한 다정동 사전투표소. 그런데 허걱! 하필이면 엘리베이터가 점검중이란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한 층만 계단으로 훌쩍 올라가면 되지만 겨우 발걸음을 떼는 엄마에겐 아무래도 무리였다. 이제 다 왔다고 한시름 놓았다가 청천벽력같은 장벽이 떡하니 엄습한 꼴. 낙담한 엄마는 투표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 태세셨다. 이제까지 힘겹게 걸어온 시간이 아깝다고 엄마를 애써 세워두고 나만 재빨리 2층 투표소로 올라가 운영요원분께 물었더니 반대편 주민센터 엘리베이터를 사용해서 돌아와야한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장애인분들이 소리높여 외치는 이동권 주장의 정당성을 몸소 체험했던 순간이였다고나 할까. 목발을 짚고 힘겹게 사전투표소로 향하던 또다른 젊은 여자분도 우리가 주민센터로 되돌아간다는 걸 알고 난감한 표정으로 따라 왔더랬다.


그 분이나 울 엄마에겐 투표소로 가는 길이 긴 여정이자 투쟁인 듯 보였다. 물론 엄마를 모시고 가는 나나 엄마 모두 힘든 길이긴 했으나, 그래도 이렇게라도 모처럼 만에 엄마가 밖에 나와 운동을 하고 있다는 걸 뿌듯하게 생각하자 마음을 다독였다.

사전투표가 한창 진행중인 체육관 내부는 사진으로 담을 수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정말 깜짝 놀랐다. 한가한 시간에 남들 피해주지 않고 투표할 요량으로 일부러 투표일을 피해 사전투표를 하러 간 것이었는데 투표당일 만큼이나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도장을 누르는 힘도 버거웠을텐데 엄마도 무사히 투표권을 행사했다. 물론 제대로 찍었는지, 나랑 같은 후보를 찍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비밀투표니까^^ 대통령 선거 때마다 엄마는 내게 늘상 나랑 같은 후보를 찍었다고 공공연히 얘기를 했었는데, 최근에야 엄마가 항상 나와 다른 후보에게 표를 줬다는 걸 실토했더랬다. 항간에 떠도는 얘기처럼 충청도 사람들의 속내는 알 수 없는 법(나도 충청도 사람임). 엄마가 이번에도 나랑 같은 후보를 찍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믿거나 말거나로 여기는 게 속 편하다. 또 다른 후보를 찍었다는 걸 알게되면 이번엔 정말 미워질 것 같아서.
여튼 작년 이맘때를 생각하면 엄마가 지금처럼 걸어서 밖을 나왔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저 살아있는 주권자로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오늘처럼 고군분투했던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훌륭한 일을 해내신 선물처럼, 다행히 돌아올 때는 엘리베이터가 점검을 마치고 정상 운행을 하고 있어서 편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보람찬 하루일을 끝냈다는 뿌듯함이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의 발걸음을 내내 가볍게 만드는 것 같았다.

3월 9일은 대망의 대통령 선거일이다. 꼭 투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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