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일지
금연 36일차 증상
노란무늬
2021. 1. 2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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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금연앱을 확인하니 오늘이 금연 36일차. 그동안 안피운 담배가 546개에 달하고 저축한 돈이 12만원을 넘겼단다. 여전히 흡연자였다면 꼬박 이틀이상의 시간을 담배를 피우면서 보냈을 거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이제는 기록할만한 특별한 금단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뭔가 심각하게 결정을 내려야할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담배 한모금이 간절하다. 28년간 늘 뭔가 심사숙고할 때, 또 긴장할 때마다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 습관처럼 손을 내밀던 친구같은 녀석이라 문득문득 그리울 수밖에. 내겐 정말 치명적인 나쁜 친구라는 걸 잘 아는데 오랜 시간 동안 그로부터 잘 길들여진 탓에, 완전한 헤어짐이 아쉬움을 넘어 두려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언젠간 또 그 치명적인 유혹에 쉽게 무너져버릴 수도 있겠지. 내가 다시 흡연을 할 수밖에 없다는 좋은 면죄부만 찾는다면 난 또 좀비처럼 그 녀석과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별다른 금단증상이 없어보이는 오늘, 이런 상상을 하는걸 보면 금연 36일차의 특별한 증상은 금연에 대한 급격한 자신감 상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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