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음성유방암 투병일기2] 1차 유방암 의심 소견
2023년 8월 24일: 왼쪽 유방에서 멍울이 만져짐
2023년 8월 25일: 동네병원에서 유방촬영&초음파, 유방암 의심 소견
◆ 초음파로 본 주렁박 모양의 검은 그림자
유방 건강검진을 위해 개인병원인 다정내과를 다시 찾았다. 건강검진과 고혈압 처방으로 여러번 만났던 의사선생님을 뵙고 상황 설명을 했다. 지난 주 이곳에서 건강검진을 할 때 유방검진은 하지 않았는데, 어제 왼쪽 가슴에서 멍울이 만져져 유방외과로 문의했더니 건강검진을 먼저 하고 오라고 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면서 내가 치밀유방이라 유방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같이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곧바로 건강검진 코너로 안내됐다.
공포의 유방촬영! 예전에 블랙아웃됐던 트라우마가 마구 살아났다. 검진해주시는 선생님께 제가 유방촬영을 좀 힘들어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안타까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기계 앞으로 나의 가슴을 밀어넣었다. 그러면서 어디에 멍울이 있냐며 만져보시는데 잘 안만져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사실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고 서있을 때는 더더군다나 만져지지도 않아서 그러실 만도 했다.
여튼 유방촬영 때문에 내 유방은 '짜부'됐다. 역시나 10년이 지났는데 유방촬영 기계는 여전히 발전이 없었다. 블랙아웃만 되지 않았을 뿐 오래간만에 유방의 고통을 제대로 느꼈다.
그리고 나서 초음파실로 들어가 웃옷을 잔뜩 올리고 누웠는데 그 때까지만해도 설마설마 했었다. 차갑게 내 가슴위로 돌아다니는 초음파 영상을 나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찰칵찰칵 검은 그림자들을 여러번 찍어대는 소리가 들렸고, 그때마다 크기를 재는 듯 보였다. 어찌나 많이 찍어대는지 뭔가 심각한 느낌이 들었다.
맨 마지막에 젖꼭지 위로 기계가 올라오자 검은 그림자가 마치 주렁박 모양처럼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게 보였다. 저게 내가 만진 혹이 분명했다. 아무 말씀도 없이 꼼꼼하게 정말 오랜 시간 검사를 해주셨다. 초음파 검진을 해주신 의사선생님은 별다른 언급없이 의뢰서를 써주겠다며 조직검사를 해봐야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주치의 선생님께 더 자세히 직접 들으라고 하셨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초음파실을 나왔더니 나를 쳐다보는 간호사님들 표정도 뭔가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다. 곧이어 의사선생님을 만났더니 유방촬영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데 석회화가 관찰되고, 추가로 시행한 초음파상으로는 악성 유방암 소견이 의심되므로 조직검사를 해보란다. 조직검사를 안했으니 악성이라는 말은 앞에 붙지 않았고, 크기 약 2cm정도 되는 종괴라고 했다.
오히려 나는 담담했다. 당시만해도 유방암을 만만하게 보고 있었으니까.
나는 침착하게 이제 어떻게 해야되냐고 여쭤봤다. 그냥 지역 유방외과에 가서 조직검사를 해야할 지, 아니면 바로 서울병원으로 가야할 지... 의사선생님은 아직 악성인지 확인이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방외과로 가보라고 하고 싶은데, 서울병원까지 내다보고 있다면 그렇게 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유방암일 가능성이 큰 것 같다면서... 확답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슬쩍 언질을 주는 듯 했다.
그 와중에도 초음파 검사비가 8만원에서 2만원대로 뚝 떨어진게 흐믓했다. 자의로 하는게 아니라 뭔가 의심소견이 있어서 초음파를 하게되면 급여화가 된다고 했다. 그 몇 만원 아낀 것에 좋아할 일이 아닌데... 돌이켜보니 앞날이 얼마나 참담할지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생각이었다.
여튼 집으로 돌아와 또 이 난관을 헤쳐나갈 전술을 짜야했다. 또 선택의 순간. 지역 유방외과로 가서 일단 조직검사 후 암판정을 받고 서울로 뛰어갈 지, 아니면 당장 서울병원으로 바로 가야할 지. 지역 유방외과로 가서 조직검사를 하면 일단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일단 예약잡을 수 있는 모든 병원을 수소문했다. 서울대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광명중앙대병원... 역시나 모두 다음달에나 가능했다. 예약과의 전쟁... 늘 어떻게든 앞당기려는 집착을 불러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여튼 당시에는 예약을 당장 하지 않으면 조만간 죽을 사람처럼 예약에 목을 멨다. 그리고 어디든 예약을 다 걸어뒀다. 빠르면 9월 18일, 늦으면 10월 3일까지.
결국 유방암인지 확인만이라도 먼저 할려면 지역 유방외과로 가야했는데, 그냥 개인병원에서는 조직검사후 1주일 후에나 유방암 여부를 알 수 있지만 세종충대병원은 당일도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인터넷 정보를 얻게 됐다. 옵션이 확 줄어드니 고민할 게 없었다. 세종충대병원으로 가자!
역시나 쉬운 게 없다. 세종충대병원도 바로 예약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조건 세종충대병원 여성센터로 찾아갔다. 전화 접수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그런 간절함이 통했는지 제일 빠른 날로 8월 28일 예약이 가능했다.
1차 암 의심 소견을 듣고 조직검사를 받으러 갈 때까지 약 3일간의 기다림이 진짜 긴 시간이었다. 정말 유방암인지, 차라리 결과를 빨리 알면 더 후련하겠다고 조바심을 냈다.